[도서 리뷰]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부산에 관련된 책을 수십 권을 읽었고, 열 권 넘게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처음이다. 지난주, 부산에 관련된 지명 유래를 찾던 중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이 있어 들어가 보니 다른 설명은 없고, 아래에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라고 나와 있어서 처음에 그냥 산문인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인가 싶었다. 그런데 쭈욱 내려가 책에서 인용한 듯해서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하니 '있다'. 책인 것이다.
굉장히 반가웠다. 책도 책이지만 내용이 내가 좋아하는 '부산의 옛길'이기 때문에 더했다. 저자가 생경하여 저자 안내글을 읽으니 <나를 만난 오뒷세이아> <유혹 읽는 일리아스> 등의 인문학 저적을 저술한 기자였다. 한 때 부산일보사에서 기자와 논설 위원을 맡아 부산에 관한 많을 글을 썼다. 하지만 진작 부산 관련 책을 내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오래된 듯한 이 책은 초판이 2023년 8월 24일이다. 불과 둘 달 전에 출간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그러나 더더욱 모를 수밖에. 하여튼 좋다.
제목만 보면 무슨 뜻인가 싶지만 주된 내용은 부산의 옛길을 걷는 답사이야기다. 부산의 옛 길을 걸으며, 하지만 개발로 인해 삭제된 길이다. 그래소 '오 년의 삭제'가 붙는다. '오 년'은 저자의 오년 전에 길을 걸으며 '도시화와 산업화로 폐기된 옛 백 년 길을 찾자는 의도'(7)에서 정해진 시간이다. 길은 모두 21곳이다.
우암동 마을 이야기가 나와 유심이 들여다 보았다. 우암동은 몇 달 전에 다녀온 곳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새마을금고와 우암2동 우편취급국 건물 자리가 매립 전 적기 뱃머리 자리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새마을금고 뒤편으로 우역검역소와 소막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알고 갔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많이 아쉽다.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다.
우암동은 문현동으로 들어가는 장고개길의 초입이다. 장고개는 장을 보기 위해 지나야 했던 고갯길이다. 장고갯길을 가면 아직도 옛날 주막을 그려 놓았다.
안타까운 건, 영화 <친구>에 나왔던 우암동 189번지는 아파트 공사로 이미 사라졌다.
책은 계속 된다.
목차
들어가며
Ⅰ. 눈을 의심케 하는 도심 속 황토 벌판
1. 부동산 욕망에 불붙인 동해선 개통 (부산교대~송상현광장)
2. 지우개로 지운 칠판 같은 백 년 고갯길 (우암동 소막마을)
3. ‘정중앙’마저 뽑아 버린 재개발의 위력 (당감시장~동평초등학교)
4. 아파트 건설에 밀려난 ‘피란민의 성지’ (서구 아미동 순례)
5. ‘마천루’, ‘신기루’ 구별을 어렵게 하는 골목 (용호동 전통마을~오륙도 SK뷰아파트)
6. 찢기고 잘려 나간 삶의 흔적들 (지겟골~못골 옛길)
7. 간극과 비틀림을 확인한 영도의 허리 (영도 중리~한국해양대)
Ⅱ. 망각을 바라는 흔적 유실의 현장
1. 뱃길 들머리에 부는 변화의 바람 (덕천역~구포장)
2. 잊힌 조방과 사라지는 매축지마을 (조선방직 옛터~매축지)
3. 키가 크는 이유는 볕이 아니라 자본 (남천동~대연동 옛 해안 길)
4. 개발 욕망에 스러지는 ‘근대의 향기’ (초량길)
5. 갈잎… 모래톱… 추억과 함께 콘크리트 밑으로 (신평역~에덴공원)
6. 문학·음악의 낭만도 그만 재개발 굉음에 (일광면 해안가)
7. 비워지는 100년 기억의 창고 (민락동 옛 해안 길)
Ⅲ. 파도가 덮치고 몽돌이 쓸리는 해조음
1. 단절과 삭제 사이에 놓인 그 어디쯤 (서동~금사동)
2. 손잡고 이어지는 섬과 포구, ‘부산의 다도해’ (낫개역~몰운대)
3. 100년 길 훼손을 걱정한 4㎞ 여정 (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4. 북항 변화에 빨려 들어가는 배후지 (영도 봉래·남항길)
5. 빠름과 느림, 변화와 정체의 고개 ‘대티’ (대티고개~괴정동)
6. 도시화에 묻힌 시·공간의 흔적들 (전포카페거리)
7. 40일 만에 만난 의문의 ‘삭제’ 현장 (심상소학교 라인) 참고 문헌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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