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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에움길 발행일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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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굴다리가 많다. 대충 세어도 서른 개가 넘는다. 자잘한 굴다리를 모두 합하면 35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이전 굴다리를 그대로 두고 바로 옆에 차량이 오가는 2차선 넓이의 새로운 굴다리를 뚫은 곳이 많다. 만약 이것까지 합하면 마흔 개는 족히 넘으리라.

 

오늘은 서면 굴다리를 찾아갔다. 서면에도 4개 정도의 굴다리가 있다. 수도 경기권에서는 토끼굴이라 부르고 남부지방은 '굴다리'라고 부른다. 무슨 차이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둘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용어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토끼굴(굴다리)' 또는 '굴다리(토끼굴)' 이른 석으로 병용해서 사용한 곳이 많다. 부산에서는 굴다리라고 하니 그냥 굴다리로 부른다.

 

수년 동안 부산에 대한 자료를 찾고 정리를 하면서 나만의 특징을 발견했다. 나도 잘 몰랐던 나의 성향이다. 오래된 마을이나 집 또는 물건들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맛집이나 볼거리를 찾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대체로 '부산'하면 곧 '예전 모습'이라는 나도 모르는 공식이 머리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오늘 찾아가는 서면 굴다리 철길 마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는 가야굴다리 철길마을을 소개했다. 오늘은 그곳에서 그리 멀리 않은 서면 굴다리와 철길 마을이다. 철길마을은 정식 명칭이 아니라 내가 부르는 이름이다. 철길 주변으로 생성된 오래된 옛집을 나는 그렇게 부른다.

 

서면역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한다. 서면은 지리적으로는 약간 남서쪽에 가깝지만 교통의 흐름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중심이다. 서면이란 서쪽의 의미는 부산이전 동래가 부산을 대표할 때 동래 중심의 지명이다. 서면(西面)은 동래의 서쪽에 있는 평평한 지역이었다. 서면에 대한 이야기는 후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하여튼 서면은 부산의 중심축과 같은 곳이다. 물론 지금은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사람도 적지 않게 생겼지만 말이다.

 

굴다리를 가기 위해서는 서면역 7번이나 5번, 3번 출구에서 내려야 큰 길을 건너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난 교차로를 가로질러 가고 싶었고, 영광도서가 있는 문화를 잠깐 스쳐 지나고 싶어 15번 출구에서 내렸다. 기업은행을 지나 국민은행으로 가면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13번 출구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떠들석 하다. 부전 시장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그곳에 놀러 오는 사람, 지하철을 타러 오는 사람, 은행에 볼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겹치고 교차한다. 예전에는 이곳과 영광도서가 있는 문화로 사이에 큰 육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부산은 육교와 웬수를 졌는지 성성한 육교도 모두 깡그리 부숴 버렸다.

 

서면 13번 출구 앞 풍경

영광도서 앞에에는 어느 절에서 서해대전 기념 제사?를 지냈다. 이곳을 찾으려 한 이유는 예전 서면 교차로 있던 바로 이 상징물 때문이다. 오래전 서면 교차로는 빙빙 둘러가는 곳이었다.

 

 

회국수할매집을 사이로 음식점이 많은 골목을 지나 롯데 백화점 앞으로 건너왔다. 2년 전쯤에 롯데 앞에 횡단보도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생겼지??

 

 

롯데백화점 옆 거리는 서면 포장마차 거리다. 저녁이 되면 수많은 포장마차가 불야성을 이룬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벌써 문을 연 곳이 몇 곳 있다. 앉은 사람들의 절반은 외국인이다. 부산에도 외국인이 정말 많다.

 

 

5분 정도 걸어 첫 번째 굴다리를 찾았다. 이곳은 서면 인쇄골목이다. 수많은 인쇄소들이 아직도 영업 중이다. 서면에 4개 정도의 굴다리가 있는데 최초로 생긴 굴다리는 이곳이 아니라 부전초등학교 앞에 있는 굴다리다. 1931경에 생겼다고 한다. 1911년 경에 경부산 열차가 개통을 했으니 20년이 넘어 굴다리가 생긴 것이다. 한 동네가 철길로 20년이 넘도록 다른 동네가 된 것이다.

 

 

서면은 세 개의 철길이 지난다. 하나는 부산역에서 주례를 통과해 서울로 올라가는 경부선이다. 두 번째 철길은 부산역에서 나와 범일역에서 갈라져서 가야역이 있는 부산기관차 승무사업소로 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가야로 향하는 철길을 따라오나 부전초등학교 근방에서 부전역으로 빠지는 동해선이다. 동해선 굴다리는 영광도서가 있는 문화로에서 부산진구청으로 빠지는 길이고, 가야역으로 빠지는 기차가 지나는 곳이 오늘 찾아간 서면굴다리다. 

 

 

첫 번째 굴다리는 부산진초등학교 앞에 있는 육교를 지나면 사람만 다니는 아주 작은 굴다리다. 인쇄골목이 시작되는 초입부에 있다. 두 번째 굴다리는 부전2동 교차로를 지나 풍년식당 쪽으로 들어가는 굴다리로 서면 쪽으로만 통행이 가능한 굴다리다. 차 한 대가 넉넉하게 빠져나가지만 교차진행은 불가능하다. 굴다리를 지나 서면 쪽으로 빠지면 왼쪽에 오래된 '풍년식당'이 있다. 하지만 장사를 안 하는 것 같다. 앞에 굴다리 횟집에 있다.

서면 두번째 굴다리

 

번화가에서 굴다리에 가서 구경을 하고 굴다리를 통과하지 않고 왼쪽으로 돌았다. 철길을 따라 길게 늘어진 철길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서다.

 

 

 

굴다리를 다리를 집한 채 넓이의 집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오늘 탐방을 가기 전까지 굴다리 옆에 몇채만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어마어마하게 길게 수많은 집들이 철길을 따라 이어졌다.

 

 

한참을 내려오니 첫  번째 굴다리가 보인다. 첫 번째 굴다리는 작고 낮다. 차량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람만 지날 수 있다. 이곳에 굴다리가 있다는 것을 누가 알까? 이 주변에 살지 않고서는 굴다리를 사용할 일도 없지만 알 수도 없을 것이다.

 

 

굴다리 입구에서 서면을 바로보면 수십 층의 아파트가 즐비하게 하늘을 막고 있다.

 

 

굴다리를 나오면 육교가 있다. 이곳을 통과해 부사진 초등학교로 갈 수 있다. 육교에 올라 내려다보면 오른쪽에 작은 굴다리가 있고, 철로 주변으로 철길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육교에 올랐다. 위로는 동서고가도로가 지난다. 아래길은 서면에서 당감으로 향하는 길과 주례로 가는 길로 갈리는 부암역 교차로가 나온다.

 

 

다시 육교를 내려가 철길마을로 들어갔다. 길은 좁고 계단은 많다.

 

 

마을 앞은 벌써 덕명아이라움이란 거대한 오피스텔이 마을의 조망권을 모두 빼앗아 갔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안타깝다. 대부분의 철길마을 국유지다. 철도청 소유지라 마음대로 주장을 할 수 없다. 이곳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대부분의 집들은 빈집이다. 

 

 

집 바로 뒤로 철길이 지난다. 길 건너편은 서면 번화가다. 이곳은 변두리요 외지다. 불과 몇 십 미터 차이인데 말이다.

 

 

다시 내려와 곰돌이 식당을 지나 서면방향으로 두 번째 굴다리를 통해 들어갔다. 한 바퀴를 돈 셈이다.

 

부전2동 교차로에서 바라본 서면 굴다리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이번엔 윗길을 택했다.  굴다리를 나와 풍년식당과 굴다리횟집 사잇길로 올라가 보았다. 이곳 역시 끝도 없이 기찻길 옆으로 주택이 늘어서 있다. 사실, 오늘 이곳을 가보고 많이 놀랐다. 부산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그것도 가장 번화가 중의 한 곳인 서면에 말이다. 하지만 엄연히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나만 신기하게 보았지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네오포스로 들어가는 세 번째 굴다리. 이 굴다리는 아마 25년 전쯤에 생겼을 것이다. 네오스포 공사를 하면서 서면으로 오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개통한 것으로 안다. 이곳도 역시 일방이다. 이곳은 서면에서 네오스포방향으로만 통행이 가능하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굴다리를 통과하지 않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날 좁은 길이 나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계속 통행을 한다. 서면은 서면이다. 사람이 많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드디어 나왔다. 이곳이 부산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는 바로 그 굴다리다. 건너편은 현재 옛집들이 허물어지고 롯데캐슬이 들어왔다. 이전 이곳도 점점 개발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먼저 생긴 굴다리

 

거의 올라왔다 했더니 또 갈림길이 있다. 나는 왼쪽 철길마을 골목으로 계속 들어갔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이곳은 이전의 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사람이 지나도 좁을 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좁은 길이 있다. 길 양옆으로 집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집과 집 사이는 틈도 없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드디어 가야대로다. 길의 끝에는 보문사당이 있다. 난 처음에 이곳이 점집인 줄 알았다. 간판을 보니 기계족자, 표구, 병풍을 만들어 파는 표구상이다. 이럴 수가. 하여튼 옆으로 거울이 있어 가야대로 안에 차가 가득한 것을 보여준다. 퇴근 시간이 된 것이다. 벌써 만보가 넘었다. 다리가 후들 거린다. 집에 가야겠다. 

 

서면 굴다리 철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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