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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에움길 발행일 :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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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아미동을 거쳐 초장동과 남부민동 산복도로를 걸을 예정이다. 카카오 지도로 대충 거리를 재니 4km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물론 골목골목을 걸어야 하니 실제로는 6km가 넘을 것이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토성동역에서 내렸다. 8번 출구로 나와 아미동 시장을 거쳐 해돋이로로 올라갔다. 중간에 아미초장로가 있지만 더 높고 큰 길인 해돋이로를 이용해야 진짜 산복도로다.

 

8번 출구에서 내려 산쪽을 보면 정면으로는 까치로가 있고, 오른쪽에 부산대학병원 응급센터가 있다. 20m 정도 올라가 왼쪽 길을 타야 초장동 산복도로로 올라간다. 나는 곧바로 초장 산복도로를 타지 않고 아미시장을 들르기로 한다.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아미동 시장은 예전에도 작았지만 지금 보니 더 작다. 아마 시간이 흐르면서 더 줄어들었으리라. 사람들도 많이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연로한 분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니. 하지만 멀리 가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시장이다. 이곳이 아니면 차를 타고 부평시장이나 충무동 시장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전통시장] - 아미동 골목 시장

 

아미동 시장

 

부산의 길은 곧지 않지만 겹겹히 쌓여 있다. 길 위에 길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길이 끊기기도 하고, 길이 도무지 없을 것 같은 곳에 길이 있다. 어떤 곳은 널따랗고 어떤 길은 한 사람이 고작 지나갈 좁은 길도 천치다.

 

아미동 산복도로

 

아미동 시장 위로 길이 나있다. 예전 이 길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미동은 거의 와 보지 않아 흐릿한 기억 밖에 없다. 큰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관통해 산복도로로 갈 생각이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좁다란 골목과 골목이 이어진다. 

 

나오겠지 하며 들어가면 막다른 골목이다. 설마 이렇게 좁은 데 길이 있을까 했지만 길이 있다. 이곳에 거주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 길들이다. 자신이 다니는 길만 나기 때문에 이곳에 살아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부산의 골목 기를 헤비고 다는 사람이 아닌가? 그저 감만 믿고 나간다. 하지만 실패도 많으니 걷다 다시 뒤돌아 나온 적도 수도 없이 많다. 벌써 다리가 후들 거린다. 시작도 안 했는데.

 

아미동 골목길

 

아미동 좁은 골목길
이 좁은 골목길 끝이 집들이 쌓여 있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길이라 다 내려와야 했다.

 

 

아미동 빈집
집과 집 사이에 빈 집이 들어간다. 사람이 살다 비워진 집들이다.

 

 

부산은 세로다. 어지간해서는 사진을 세로로 찍지 않는다. 하지만 산복도로를 다니면 가로보다 세로 사진이 많다. 좁은 골목길 때문이다.

 

 

 

한 사람 다니기도 벅찬 길을 어찌 다녔을까? 저렇게 많은 집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좁을 벽과 벽 사이를 활용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80년대 중후반에 저 계단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보다 몇 살 많은 형님이 회오리식 철계단을 만드는 선수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 형님은 어디 계실까? 살아 있을까? 헤어진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회오리 철 계단

 

도무지 길이 없을 것 같은 저곳에 길이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이 집에도 사람이 산 흔적이 있다.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초장동의 집들은 하나둘씩 빈집이 되어 간다. 

 

 

좀 더 오르니 고양이 한 마리가 빈집 지붕에 올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가보니 막다른 골목이었다. 하지만 옥상으로 올라기니 윗길로 가는 길이 있어 되돌아가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폐가 위의 고양이

 

집으로 들어가는 건물 사이에 길이 있다. 나는 감이 좋다. 길이 있을 것 같았다. 뭐 없으면 되돌아오면 될 일이다.

 

 

지붕 길을 타고 올라오니 초장동 산복도로가 보인다. 190번 버스가 획 지나간다. 부산 시내버스 190번은 이 산복도로의 끝인 남부민동과 영도구 한국해양대를 오가는 버스다.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190번 버스

 

부산 산복도로에서 흔하게 보이는 구멍가게다. 벽처럼 쌓아진 길가의 집 일층에는 가제나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작지만 알뜰하다. 이곳이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주변의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산복도로 주택들은 주차장이 거의 없다. 그래서 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면, 길가 주택의 1층은 종종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작은 과알 가게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민주공원

 

부산은 세로다. 진심이다. 산복도로에서 주택사이의 기를 보면 끝없는 계단이 이어진다. 아마 부산에 있는 모든 계단의 숫자를 센다면 수만 개를 될 것이다.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좁은 골목길
초장동 남부민동 산복도로 다니는 버스
초장교회 산복도로 시내버스

 

 

남부민동 거의 끝이다. 저곳만 돌아가면 고신대 복음병원과 그 아래 송도가 나온다. 수년 전에 감천에서 뚫리 터널이 남항대교와 이어진다. 많이 걸었다. 만보기는 벌써 1100 걸음이 넘은 지 오래다. 만보기보다 나의 약한 다리가 먼저 안다. 오래 걸었다고.

 

 

연세다솜의원과 제일횟집 사이 골목으로 내려갔다. 내려오는 길에 아주 오래된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남부민동엔 아직도 이런 집들이 가끔 남아 있다. 계발되지 않아 집이 철거되지 않고 폐가로 남겨진 집들이 의외로 많다. 사계절 보신탕이라니.

 

 

버스를 타려고 내려오니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 부대낀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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