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고갯길] 아미동 까치고개
아미동 까치고개
부산의 까치고개는 부산광역시 서구 아미동에서 괴정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현재 도로명도 까치고갯길이며, 사람들은 까치고갯길로 부르고 있다. 지명이나 건물, 가게 이름 등에도 까치가 들어간 곳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도 까치고개가 있고, 은평구에도 있고, 경기도 양주시 마전동에서 까치고개가 있다. 충남 아산의 소동리, 충북 중평군 미암리, 전남 담양 가산리에도 있다. 아마도 지도에 정식적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부르는 곳까지 합한다면 수백 곳이 '까치고개'일 것이다.
까치고개의 기원
까치 고개의 기원을 보면 어원적 의미로 생긴 곳과 실제로 까치가 많아서 까치로 고개로 불리는 곳이 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까치고개는 시내와 변두리의 경계, 사이라는 의미에서 '사이재' '간치'에서 까치가 되었다고 한다.(광주역사문화자원스토리텔리, 까치고개) 또한 까막득하다란 뜻으로 고갯길이 높고 험해 '까치'라고 불러 그렇게 된 곳도 있다. 경북 문경에 있는 문경새재는 새재의 한자어는 조령(鳥嶺)으로 새가 들어가 있다. 새재의 뜻은 새도 넘기 힘든 곳이란 뜻이다. 까치고개 역시 가파르고 올라기가 힘든 고갯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산 아미동 까치고개는 어떤 의미일까? 새재의 뜻일까? 아니면 경계를 의미하는 간치에서 왔을까? 너무나 뜻밖에도 부산의 까치고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까치고개에 내려오는 전설에서 왔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 어원이 된 전설
아미동에서 괴정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지금은 까치고개) 언덕에 한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금실이 좋았던 부분은 항상 죽어도 한날 같이 죽자며 서로 위하며 살았다. 그러다 정말 하늘에서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어 한날 같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부부가 '같이' 살고 죽었다는 뜻으로 부부가 살았던 언덕을 '같이' 고개, 이후 '가치고개'로 부르다 와전되어 '까치고개'로 부르게 된 것이다.
부산시 홈페이지나 다른 곳을 보면 현재 천주고 아파트가 있는 곳에 예전에 화장터가 있었는데, 화장을 하면서 제사를 드리면 까치들이 찾아와서 '까치고개'가 되었다고 말하는데 잘못된 말이다. 왜냐하면 화장터가 생기기 전에도 그곳의 고갯길은 이미 '까치고개'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BBS NEWS의 [피란수도 부산을 이야기 한다 (31편) "아미동 까치고개 잘못 알려진 지명 유래']을 보면 된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토성역에서 내려 걸어 올라갈 작정이었다. 어떤 지역을 탐방 또는 여행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 도보를 선택한다. 걷지 않으면 그 지역을 꼼꼼히 볼 수가 없다. 토성역 6번 출구를 내려 아미산 쪽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부산대학병원이 있고, 건너편에 아미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토성동역에서 괴정동 한나빌리지 앞까지를 보통 까치고개로 부르며, 현재 도로명도 까치고갯길로 되어 있다.
부산대학병원에서 100m 정도 올라가면 교차로가 보인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가면 아미동(초장동-남부민동) 산북도로가 나오고, 중간 윗길로 올라가면 괴정으로 가는 까치고갯길이다. 동쪽 방향은 부민동으로 가는 길이다.
까치고갯길은 서쪽으로는 비석마을과 감천문화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까치고갯길 중간에 비석마을과 감천 문화마을로 올라기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래의 하단에 보면 소개되어 있다.
까치고갯길을 바로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 아미파출소 뒷길인 아미동 청소년 회관 길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천주교 아파트 뒷마을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까치고개로 167번 길과 151번 길을 타고 마을을 전체적으로 살폈다. 이 마을은 다음 글에 마을에 대한 글과 함께 올릴 것이다. 이곳에서 사진 몇 장만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집들이 상당히 헐었고, 무너질 것 같은 곳도 몇 곳이 보였다. 골목은 얼마나 좁던지 많이 놀랐다. 이런 골목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현재는 대부분 이사를 나가서 빈집들이 많다.
사람은 떠나도 고향이는 있다.
마을 위로 올라가니 바로 앞에 부산대학병원이 보인다. 저 멀리 영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끝자락에 서니 동쪽으로 민주공원 서쪽인 보수아파트가 보인다.
많은 집들이 헐어지고, 빈 집이지만 의외로 산 밑에 몇 집은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저 멀리 영도와 남항대교, 천마산 아래로 초장동이 보인다.
까치고갯길 마을에서 본 비석마을
빈 집터에서 고양이가 따스한 봄볕을 최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다시 큰 길로 내려갔다. 대부분의 골목은 이렇게 좁고 가파르다.
까치고갯길로 한참을 올라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본 모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천마산과 비석마을이고, 왼쪽이 필자가 둘러본 아미동 마을이다.
감천동으로 넘어가는 삼거리 바로 앞에서 다시 마을 윗길로 올랐다.
봄이란 그런지 연초록의 새싹과 벚나무의 남은 벚꽃의 연분홍 빛이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다. 계절 중에서 4월 초중순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저 멀리 영도 남항대교가 보인다.
감천동으로 넘어가는 삼거리다. 저 언덕길이 감천 문화 마을로 가는 길이고, 길 왼쪽이 비석마을이다. 비석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사람들이 공동묘지로 만들어 비석을 세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동란 때 수많은 사람들이 살 곳이 없어 산으로 올라와 터를 잡은 곳이 하필이면 공동묘지였던 것이다. 아미동의 비석마을은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마을인 것이다. 이곳처럼 문현동의 벽화마을도 공동묘지였다.
정말 허름했던 이곳에 수년 전에 경동포레스트힐행복주택이 들어서면서 산뜻한 느낌으로 많이 변모되었다.
경남포레스트힐 뒷길로 들어가는 길
삼거리 바로 옆에 타일로 모자이크를 했다. 참 예스럽다.
삼거리를 지나 계속 까치고갯길로 올라가면 이런 모습이다. 차도도 좁고 인도는 거의 없어 조심해야 한다. 건너편에는 15년 전쯤에 차도의 일부를 인도로 만들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한다.
아침부터 걸어 올라왔더니 허기가 져서 삼양슈퍼체인에 들어가 초코파이와 식혜를 하나 먹었다. 주인 아줌마와 한참을 이야기 했다.
삼양수퍼체인 골목으로 들어가면 아미시영아파트 단지가 있다. 절반이 빈 집이라고 한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세를 주지 않아 빈 집이 많다고 한다.
허기를 때우고 더 올라갔다. '백합 피아노'라니.... 이곳도 한 때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한 명의 아이도 보지 못했다. 요즘은 아이들 보는 것이 정말 귀하다.
까치고개 거의 정상에 다다르면 이렇게 까치건재철물과 까치탕이 보인다. 까치탕은 대구탕 같은 음식이 아니라 목욕탕이다. 하~ 이건 아재개그인데.
까치탕 앞에서 뒤돌아 보면 미성슈퍼마켓과 경남상회가 보인다.
까치고개 로터리가 코 앞이지만 마을로 다시 들어갔다.
골목골목 돌아 올라가 민 로터리를 지나 괴정으로 넘어가는 까치고갯길 정상까지 와버렸다. 정상에는 이렇게 까치들 그림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괴정 대티터널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방금 오르다만 까치코개 로터리가 나온다.
괴정은 나중에 가고, 오늘 가려는 까치 고갯길로 다시 내려간다. 언덕에서 내려본 까치마을.
까치고개 로터리다. 원래 이곳에서 괴정으로 넘어가는 길은 사람들이 걸어서 가는 언덕길이었다. 그런데 1993년에 괴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확장되고 포장되었다. 아미동에서 괴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생긴 셈이다. 그러자 많은 차량들이 까치고갯길을 너머 괴정으로 향했다.
저 로터리에는 부산시내버스 67번과 마을버스 사하구 14번이 회차하는 곳이다. 괴정으로 넘어가는 길이 뚫리기 전에는 저 로터리가 까치고갯길의 종착지였던 셈이다. 그때는 이곳은 경유지가 아니어서 지역상권들이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한다.
로터리 앞에 세워진 까치고개
아미산 중턱에서 아줌마들이 쑥을 캐고 있다.
나는 아미전원 아파트 뒷길로 올라가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 앞길로 올라갔다. 이곳은 대신동으로 넘어가는 작은 길이 나있다. 마을 중심으로 가지 않고 언덕 쪽으로 올라간 이유는 벚꽃 때문이다. 대부분 지고 없지만 아직도 조금 남아 있는 벚꽃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곳도 나중에 추가 사진을 올릴 예정이다.
사실, 이곳을 벚꽃을 보고 난 너무 놀랐다. 나무도 대부분 50년 이상된 큰 나무들이 벚꽃이 정말 화려했기 때문이다. 부산 벚꽃 명소에 이곳이 빠져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다시 내려와 까치고개로 97번 길을 타고 건너편 언덕으로 향했다. 위에서 보던 아줌마들이 쑥을 캐던 곳이다. 이쪽으로 건너오니 이곳도 절반 이상이 빈집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건너편에 아미전원아파트가 보이고, 뒤로 벚꽃이 보인다.
건너편에서 보니 훨씬 잘 봉니다. 와~~ 지금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여기서는 극히 일부만 보이지만 실제로 벚꽃이 만개했을 때 봤다면 정말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내년에 벚꽃이 피면 까치고개 벚꽃은 꼭 보고 싶다.
내려오니 87번이 기다리고 있다. 차를 타고 토성동역까지 내려와 도시철도를 타고 돌아왔다. 길었던 4시간의 도보 여행이었다. 늘 차로만 빠르게 지나치던 곳을 직접 걸어서 가니 더 재미있다. 여행은 역시 도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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