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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토곡, 망미주공 아파트 산책

에움길 발행일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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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미주공 아파트

망미주공 아파트는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 소재의 주공 아파트이다. 망미는 망미동을 말하지만, 실제 주소는 연산동에 속해 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연산동 보다는 '토곡'이란 지명이 사용되는 곳이기에 더욱 헷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헷갈림은 이 지역이 갖는 고유한 정체성과 특이성 때문이다. 왜냐하면 망미주공이 위치한 이곳은 토끼의 언덕이란 뜻의 토곡이 사용되고 있고, 망미언덕이기 때문이다.

 

토곡의 지명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 바랍니다.

 

 

지도를 보면 분명히 망미주공아파트는 망미동에 속하는 게 맞다. 망미주공만 교묘하게? 움푹 들어가게 연산동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잘은 몰라도 30년 전에는 수영구보다는 망미동이 세력이 강해서 망미주공만 연산동에서 빼앗아 간 것은 아닌지??? 그냥 추측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빨간색은 수영구 망미동이다.

[이미지 출처 카카오지도 https://map.kakao.com/]

 

 

토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불편한 교통이다. 아마도 이곳에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정말 많은 차량이 이곳을 지나지만 아직도 지하철(부산 도시철도)이 지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나갈 계획이 없는 곳이다. 사실 토곡은 지리적으로 상당히 모호하다. 

 

망미주공은 토곡언덕을 사이로 서쪽으로는 배산이 있고, 망미주공도 작은 산이었다. 이곳은 평탄화 작업을 하면서 산 정상에 아파트 단지를 세운 것이다. 그래서 망미주공에서 번영로가 내려다 보인다. 망미주공 단지 자체가 굉장히 높은 지대인 것이다.

 

 

최근 들어 망미주공을 검색하면 한결같이 임장 이야기뿐이다. 곧 재개발이 될 터이니 망미주공 아파트를 사라는 말이다. 임장은 자신이 투자할 지역은 탐방하는 부동산 투자 용어이다. 

 

 

한 주 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아직 겨울의 때를 벗지 못했다. 약간의 푸르름은 있었지만 조용했다. 하지만 어제 찾아갔을 때는 한결 나았다. 사실, 약간이 기대를 하고 갔지만 기대만큼은 아직 푸르름이 없었다.

 

망미 주공 아래에 위치한 작은 소공원이다. 작은 호수가 만들어져 있고, 낮이 되면 인공 분수를 만들어 흘린다. 아마 2주 정도만 지나면 나무들에서 잎이 나와 완연한 초록초록을 자랑할 것 같다. 지난번에 보이지 않았던 연잎과 개구리밥이 호수 안에 가득하다.

 

 

 

 

 

황매화

 

망미주공 테라스 단지

 

106단지 앞에 피어 있는 목련

 

어제 망미 주공은 제대로 돌았다. 그 전에는 잠깐잠깐 스치듯 둘러본 것 외는 자세히 보지 않았다. 어제는 맘 잡고 망미주공을 천천히 살폈다. 그제야 왜 이곳이 그토록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는지 알 것 같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이 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정말 아늑하고 조용하고 수많은 나무와 숲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도시 안에 이런 아파트 단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예전에 아는 몇 분이 망미 주공에 살았는데 절대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망미주공 단지 안에 머물렀다. 임대 아파트라 몇 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야 했는데, 다른 단지로 이사를 하고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왜 교통이 불편한 망미주공에 사냐고 물었고 살기가 너무 좋다면 절대 떠나지 않았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20년 전이니 그분들은 아직도 이곳에 있을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갔을까? 연락을 끊은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102동과 103동 사이의 놀이터

 

 

 

망미주공 아파트 단지는 정말 공간이 많고 숲이 많다. 단지 사이사이 작은 공원이 있을 뿐 아니라 앞과 뒤로도 숲이 조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아파트 단지다. 이렇게 공간이 많고 뷰가 좋으니 건설업체에서 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체가 다시 재시공을 한다면 이런 숲이나 공간을 그대로 둘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단지를 끝도 없이 높일 뿐 아니라 숲을 모두 없애고 저곳에 아파트를 더 지을 것이다. 그럼 숲과 공간은 대부분 사라지고 답답한 아파트 단지로만 남게 될 것이 뻔하다.

 

 

 

망미주공을 방문했던 이유는 어쩌면 얼마 후에 사라질지 모를 풍경을 담아두기 위함이었다. 결코 적지 않았던 망미주공 아파트가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면 이곳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건물과 함께 매몰될 것이다. 혹시나 모를 그분들을 위해 바깥 풍경을 담아 두고 싶었다. 

 

 

또 하나는 이곳의 벚꽃이 정말 끝내 준다. 모두들 남천동의 삼익피지를 떠올리지만 망미주공 아파트의 벚꽃도 그에 못지 않다. 누군가에게 흘려들은 이야기로는 망미주공 사람들은 벚꽃 구경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는 굳에 고생하면서 벚꽃 구경을 갈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난 충분히 공감했다. 하지만 어제는 벚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아마도 4~5일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벚꽃이 필 것 같다.

 

 

112동 옆에 있던 목련이 한 창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척 하더니 옆으로 쌩~하고 가버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망미주공단지 내에는 산책로가 이곳저곳에 있어서 언제든지 편하게 운동하고 산책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숲 속을 거닐면서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아파트가 낡아 재건축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이러한 숲이 안전히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진달래.

 

116동과 117동 사이에 작은 언덕에 있던 진달래

 

 

작은 동산 사이로 샛길이 나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 갔을까? 이들이 걸었던 이곳도 추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부부가 걸었고, 엄마와 아이가 걸었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걸었을 것이다. 어느새 공간은 장소가 되고, 기대는 추억이 되어 흘러간다.

 

 

 

123동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121동 앞에서 돌아서 나왔다.  일주일 뒤에 다시 찾아가 화려한 벚꽃을 담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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