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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마을산책] 부산진구 가야동 산동네

에움길 발행일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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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동의 추억

 

가야동은 처음이다. 물론 가야동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사상에 살 때 서면이나 해운대로 가려면 가야를 지나야 한다. 그러니까 차를 타고 가는 것 외에 직접 걸어서 가야동에 가는 건 처음이란 말이다. 가야동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살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친한 누님이 이곳에 살아서 가야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80년대 말 시골에서 올라온 누님은 친구를 따라 가야의 태화고무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낯선 부산에 정착하게 되었다. 외로웠던 누님은 또 친구를 따라(이번에 공장 친구다) 가야 제일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가야교회에 다닌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집과 가까워 가야 제일교회에 다닌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아마도 당시의 기억이 썩 좋지는 않았는가 싶다. 나도 90년대 초반에 부산에 정착하면서 가야동을 불가피하게 지나다녔다. 서면이 너무 좋아서. 당시만 지하철이 없었으니 무조건 버스다.

 

오늘 걸었던 곳을 톺아보았다. 우와... 정말 많이 걸었다. 지도상 4.47km이지만 아마도 7km 정도는 걸었을 것이다. 처음 계획은 가야역에 내릴 생각이었지만 서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부안동에서 내려 가야입구까지 걸어가고 싶었다. 잘한 선택이다.  오늘 간 곳은 가야의 본 동네는 아니다. 가야의 기원이 되는 감고개는 현재 수정터널이 지나는 곳이다. 옛 가야는 가야초등학교와 감고개, 그리고 현재의 반도보라 아파트였다. 하지만 오늘 거기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었다. 동의대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보기는 12000원을 훌쩍 넘어 있었다. 그것도 평지가 아닌 가파른 언덕길을 그렇게 걸었다. 하지만 남기고 싶었다. 요즘 들어 부산이 너무 많이 변한다. 솔직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4-5년 전에 시작했으면 좋을 뻔했다. 그래도 지금이라고 다행이다.

 

사진을 줄여야 하지만 가능한 줄이지 않았다. 물론 10메가가 넘어가는 원본은 아니다. 900픽셀 정도로 무게감 있는 사이즈로 줄였다. 많은 사진을 담아야 하기에 속도가 늦어질 터이지만 그대로 담고 싶었다.

 

 

부암역에서 바라본 가야동. 처음 나는 가야동의 가까운 주택지만 다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멀리 산바로 아래까지 갈 줄은 몰랐다. 자주 다녔던 길이다. 경부철도가 지난다. 길도 좋아지고 넓혀졌지만 철도 교량은 아직도 그대로다.

 

 

30년 전, 가끔 저 곳을 지나 다였다. 터널 근처에 사무용품 대리점이 있어서 값싸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저 터널은 여전히 그대로다.

 

 

터널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드디어 가야동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 입구 건너편에는 가야시장과 육교가 있었다.

 

 

마침 카카오맵에 옛날 풍경을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2008년 10월 경으로 되돌려 보았다. 역시 보인다. 육교도 보이고, 가야시장도 있다. 2010년 경에 가야 시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는데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건물이 허물어지고 가야동 주상복합 상가가 들어서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갔다. 낯설지만 익숙하다. 가남이용원, 얼마 전부터 있었을까? 아마 30년은 되어 보인다. 알루미늄 새시문이다. 

 

부산진구 가야동

 

오른쪽에 가야제일교회가 보인다. 엄청 좁은 곳에 있다고 했는데 와보이 그리 좁아 보이지는 않다. 아마도 40년 가까이 지나면서 이곳의 길들도 예전보다 조금씩 넓혀졌으리라.

 

가야제일교회

 

가야교회를 올라가자 2차선 도로가 나왔다. 깜짝 놀랐다. 아니 이곳에 도리가 있다니? 언제 한 번 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너무나 뜻밖이었다. 아마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자료를 찾고 찾다 보니 부산시 홈페이지 엄광로라는 이름이 1998년 4월 확정되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언제 엄광로가 만들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추측컨대 1997년에서 98년 사이에 개통된 듯하다.

 

부산진구 엄광로

 

기존의 옛 건물을 두고 길이 놓인 까닭에 이곳저곳 특이한 풍경이 보인다. 원래 골목이 터널이 되어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가야동

 

길은 협착하고 때론 가파르다. 이런 길을 어찌 지나 다녔을까? 더 신기한 건 차가 들어올 수가 없는데 어떻게 4-5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신기하다. 1-2층 주책은 사람이 날라 짓는다지만 그 이상의 높이는 불가능한데 도대체 어떻게 지은 걸까? 보면서 정말 신기했다. 당시 집을 지었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

 

가야동 좁은 골목길

 

골목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니 가야1동 당산각이 나온다. 당산이란? 도대체 뭘까? 이곳에서 제를 지냈단 말인가?

 

가야1동 당산각

 

좀 더 올라가 내려다보니 다주택들이 보인다. 바로 보이는 저곳은 푸른 빌라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바로 옆으로 차가 들어오는 길이 뚫려 있었다. 아마 10년은 안 돼 보인 새길이었다. 세상에... 길도 없는 저곳에 도대체 어떻게 집을 지은 걸까? 정말 신통방통하다. 영도와 수정동 산복도로 지역만 가파른 줄 알았더니 가야1동도 정말 가파르고 길이 좁다. 아마도 태화고무가 있으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이곳에 사글셋방을 얻어 살았던 것은 아닐까?

 

가야1동 푸른빌라

산을 보니 집이 보여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좀 더 오르니 아래가 훤히 보인다. 저 멀리 진양삼거리 롯데마트가 보인다. 동서고가도로에 차가 다닌다.

 

 

 

숨이 차다. 이렇게 높은 곳에 집에 있다. 그런데 아직 밭을 일구고 있다.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걸어서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이곳에 집들이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다시 길로 내려왔다. 쉼터에 있넌 고냥이. 눈 색이??? 집에서 키울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었다. 안쓰럽다.

 

가야동 고양이

 

오랜 된 아파트다. 가야아파트라고 한다. 매점에 들어가 물으니 50년은 넘었지 않았는가 싶단다. 집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으니 사용승인일이 1974년 6월 20일이다. 와.. 진짜 50년이다. 세상에... 가야동에 와서 정말 많이 놀란다.

 

가야동 가야아파트

 

가야 아파트 뒤로 마을이 보여 또 올라갔다. 이런 산만디까지 어찌 올라왔을까? 영도도 살아보고 수정정도 다녀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곳에는 좁지만 길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고양이

 

옆으로 빠지는 길이 없어 내려와 옆으로 돌아 다시 올라갔다. 끝없는 계단. 보기만 해도 숨이 헉헉 거린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좀 더 큰길이 있는 것을 봤다.

 

가야동 산동네

 

오르니 풍경이 정말 좋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은 뭘까? 산중턱의 마을들이 어지지고 또 이어진다.  여기까지 와서 다시 가기 아까워 길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가야동 산동네

 

둘러보니 산으로 통하는 작인 길이 있다. 아마도 저 길로 가면 통할 것 같다. 정말 길이 닿는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3동 산 14-1번지 10/3 김순태 신호식 김호민 김성민 김광민 

주소에 이름까지 넣었다. 왼쪽 두 분은 부모인듯하고, 나머지는 자녀들인 듯하다. 아들 셋. 많이 자랐으리라. 어쩌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한때 정다웠던 집이 아니던가? 결혼해서 다른 곳에 살고 있으리라.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가야동 산동네

 

집은 텅 비었지만 등나무는 꽃을 피운다.

 

가야동 산동네 등나무꽃

 

공원에서 잠깐 뵀던 할머니다. 집으로 가시는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바로 앞이란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머 하려고?"

그러면서 씨웃 웃으신다. 

"식사는 하십니까?"

"응 죽도 있어"

"자녀들은요?"
부산에 산단다. 가끔 찾아와 인사도 하고 맛난 것도 사 온단다. 

한 참을 이야기하다. 들어가셨다. 아무리 자식이 있어도 홀로 계시니 얼마나 쓸쓸할까?

 

 

내려오는 길에 지붕 위의 고양이를 보았다. 삼색이다. 수컷일까? 삼색이는 대부분 암컷이다. 하지만 1/3000로 수컷이 있다고 한다. 나도 딱 한 번 봤다. 나머지는 모두 암컷이었다.

 

가야동 산동네 고양이

 

벌써 만보가 한 참 넘었다. 다리가 후들 거린다. 동의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 더 많은 부산의 자연마을을 살펴보기 원하는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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